금양인터내셔날

아르헨티나 벰버그 와이너리의 말벡

A. 글로벌 와인박람회인 비넥스포 아시아(Vinexpo Asia)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렸습니다. 행사장에선 다소 흥미로운 이벤트가 열렸다고 합니다. 바로 중식 ‘마파두부’와 어울리는 술을 찾는 것이지요. 마파두부는 향도 맛도 강해 와인이랑 함께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에 그 귀하다는 돔 페리뇽 P2를 사서 마파두부와 같이 마셨다가 아주 깊이 후회를 한 경험담을 글로 쓴 적이 있습니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마리아주(Mariage)’라고 부릅니다. 프랑스어로 ‘결혼’을 뜻합니다. 저는 소위 ‘마리아주’를 잘 따르지 않는 편입니다. 레드 와인을 생선과도 먹고, 화이트 와인을 고기랑도 먹습니다.

하지만 돔 페리뇽 P2 사건(?) 이후 ‘향’은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와인일 수록 향의 역할이 큽니다. ‘마파두부’처럼 음식의 향이 강할 경우 예민한 와인들은 기가 죽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파두부와 페어링할 수 있는 와인으로 아르헨티나 ‘말벡’이란 포도품종을 떠올렸습니다. 최근에 아르헨티나의 벰버그 와인과 살렌테인 와인을 잇따라 인터뷰한 영향도 있습니다. 말벡은 씩씩하고 강인합니다.

기름기가 많은 중식 튀김요림에는 타닌감이 강한 어리고 거친 말벡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마파두부처럼 고유의 향과 맛이 강한 음식에는 적당히 숙성돼 부드러워진 말벡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포도 품종에 비해 말벡으로 만든 와인은 가격도 ‘착한’편에 속합니다.

아르헨티나 살렌테인 와이너리의 말벡.‘말벡’하면 아르헨티나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말벡은 원래 프랑스 품종입니다. 19세기말 필록세라(Phyl-loxera)라는 병충해가 유럽의 포도밭을 초토화시키면서 말백 포도농사도 타격을 받습니다. 1956년에는 냉해로 당시 경작중이던 말벡의 3분의 2가 죽습니다. 병충해와 냉해로 연이어 피해를 입은 보르도의 농부들은 말벡 대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품종을 심습니다. 지금도 프랑스 남서부의 와인산지 까오르(Cahors) 지역에서 말벡이 생산되기는 하지만 전세계 말벡의 75%가 아르헨티나에서 자랍니다.

유럽인들이 아르헨티나로 이주하면서 와인을 마시기 위해 포도밭을 만드는데요. 프랑스 품종학자인 미셸 에이메 푸제(Michel Aime Pouget)가 공식적으로 말벡 품종을 아르헨티나 농장에 심은 1853년 4월17일을 기념해 아르헨티나는 2011년 부터 4월17일을 ‘말벡의 날’(Malbec World Day)로 정합니다.

이렇게 병충해와 냉해로 프랑스에서 사라진 말벡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와인 포도품종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프랑스 말벡은 ‘메를로의 투박한 버전이다’라는 표현이 있지만 아르헨티나 말벡은 이에 비해 많이 부드럽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마파두부와 ‘말벡’을 한 번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